
이번 눈은 수증기를 많이 머금어 축축하고 무거운 습설(濕雪)이라. (조선일보, 2025. 1. 8.)이번에 내린 폭설은 ‘습설(濕雪, wet snow)’이 주를 이뤘다. (시사위크, 2024. 12. 2.)수분이 많은 눈은 '습설(濕雪)',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은) 눈은 '건설(乾雪)'로 분류됩니다. (YTN, 2024. 12. 8.)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습설(濕雪)’이다. 언론에서는 수증기를 머금고 있는, 그래서 무거운 눈이라고 소개하는데, 정작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그만큼 낯설기 때문에 굳이 습설의 반대말인 건설(乾雪)을 소개하기도 하고, 한자나 로마자를 함께 섞어 적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습설의 순우리말은 진눈깨비이고, 건설의 순우리말은 마른눈이다. “비가 ..

사전(辭典)은 말로써 말을 풀이한 책이다. 정보 제공이 목적인 사전(事典)과 달리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사전을 가리켜 주시경은 말을 모았다고 하여 '말모이'라 했고, 김두봉은 말의 실상을 비춘다고 하여 '말거울'이라 했으며, 최현배는 말을 간직하는 곳간이라고 하여 '말광'이라 했다. 혹자는 말의 숲과 말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림(辭林)' 또는 '사해(辭海)'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표준어를 표준어로 풀이하는 국어사전은 의사소통이 목적이지만, 사투리를 표준어로 풀이하는 사투리 사전은 의사소통이 목적이 아니다. 사투리에 담긴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사투리를 보존하여 오늘날에 되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투리 사전은 국어사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편집된다...

나는 흑백 텔레비전이 막 보급되던 시대에 태어난 텔레비전 세대로서 인터넷 기반의 요즘 세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아무나 말을 하고, 아무나 글을 쓴다는 사실이다.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세상을 살다가 이제는 모두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세상이 되다 보니 참으로 시끄럽고 심란하기 그지없다.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말과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글을 더 자주 접하게 되어서 그렇다. 물론 그것이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달라진 자연스러운 풍경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렇게 말을 해도, 저렇게 글을 써도 되는 걸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해인 수녀는 ‘말을 위한 기도’에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