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전 프레시안> 기사 중에 “이재명의 급격한 ‘정책 피봇’, 성공할까?”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그 짧은 제목에 두 가지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피봇’은 올바른 외래어 표기가 아니다. ‘중심’ 또는 ‘돌다’를 뜻하는 pivot의 발음기호는 [pɪvət]이므로 ‘피벗’이라고 적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피보팅’도 ‘피버팅’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정확성 오류에 있지 않다. 소통성 오류가 더 큰 문제이다. 독자 중에는 “급격한 정책 피봇”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쓴 이도 “원래 스포츠 용어인 피봇은 농구에서처럼 한 발을 축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을 이르는데 최근 비즈니스(특히 스타트업) 분야의 일상적 용어가 됐다.”라고 부..

조선왕조실록에는 기로소(耆老所)와 기로연(耆老宴)이라는 낯선 말이 등장한다. 기로소는 조선 시대에 나이 많은 관료의 친목과 예우를 위해 설치한 곳이고, 기로연은 나이 많은 신하를 대접하는 잔치의 이름이다. 세월이 흘러 기로소는 노인정과 경로당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최근에는 시니어 클럽 또는 시니어 센터라고도 한다. 영미권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늙은(old)’이나 ‘노쇠한(aged)’ 혹은 ‘나이 지긋한(elderly)’처럼 나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표현을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 상급생이나 고참을 뜻하기도 하는 ‘시니어(senior)’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을 배려한 말이라는 점에서 우리말로는 ‘어르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고유어는 촌스럽고 외국어는 세련됐다..

이번 눈은 수증기를 많이 머금어 축축하고 무거운 습설(濕雪)이라. (조선일보, 2025. 1. 8.)이번에 내린 폭설은 ‘습설(濕雪, wet snow)’이 주를 이뤘다. (시사위크, 2024. 12. 2.)수분이 많은 눈은 '습설(濕雪)',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은) 눈은 '건설(乾雪)'로 분류됩니다. (YTN, 2024. 12. 8.)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습설(濕雪)’이다. 언론에서는 수증기를 머금고 있는, 그래서 무거운 눈이라고 소개하는데, 정작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그만큼 낯설기 때문에 굳이 습설의 반대말인 건설(乾雪)을 소개하기도 하고, 한자나 로마자를 함께 섞어 적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습설의 순우리말은 진눈깨비이고, 건설의 순우리말은 마른눈이다. “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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