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辭典)은 말로써 말을 풀이한 책이다. 정보 제공이 목적인 사전(事典)과 달리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사전을 가리켜 주시경은 말을 모았다고 하여 '말모이'라 했고, 김두봉은 말의 실상을 비춘다고 하여 '말거울'이라 했으며, 최현배는 말을 간직하는 곳간이라고 하여 '말광'이라 했다. 혹자는 말의 숲과 말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림(辭林)' 또는 '사해(辭海)'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표준어를 표준어로 풀이하는 국어사전은 의사소통이 목적이지만, 사투리를 표준어로 풀이하는 사투리 사전은 의사소통이 목적이 아니다. 사투리에 담긴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사투리를 보존하여 오늘날에 되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투리 사전은 국어사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편집된다...

나는 흑백 텔레비전이 막 보급되던 시대에 태어난 텔레비전 세대로서 인터넷 기반의 요즘 세상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하나가 아무나 말을 하고, 아무나 글을 쓴다는 사실이다.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세상을 살다가 이제는 모두가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세상이 되다 보니 참으로 시끄럽고 심란하기 그지없다.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말과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글을 더 자주 접하게 되어서 그렇다. 물론 그것이 꼭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달라진 자연스러운 풍경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렇게 말을 해도, 저렇게 글을 써도 되는 걸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해인 수녀는 ‘말을 위한 기도’에서 “내가 이 세상에 태어..

“어제 예조(禮曹)가 와서 이 일을 아뢸 때는 신 등이 퇴청(退廳)한 뒤였기 때문에 아뢰지 못했던 것입니다.” 1518년 3월 2일 중종실록에 기록된 말이다. 당시에는 관리들이 관청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것을 일컬어 ‘퇴청(退廳)’이라고 했다. 퇴청은 ‘등청(登廳)’ 또는 ‘출청(出廳)’의 반대말인데, ‘등청’은 1977년에 ‘출근’이라는 말로, ‘퇴청’은 1992년에 ‘퇴근’이라는 말로 순화되었다. 가급적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쓰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런데 오늘 새벽 4시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전 직원의 비상 소집을 해제하면서 ‘퇴청’해도 된다는 말을 했던 모양인지 모든 방송이 “국방부 직원 퇴청”이라는 소식을 뉴스로 전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아직도 이런 말을 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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