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의 내각이 어떻게 구성될지 모두의 관심이 쏠린 지금, 하마평(下馬評)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전에서 하마평의 말뜻을 찾아보면 “관리의 인사에 관하여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나 평판”이라고 되어 있지만, 본래 하마평은 하마비(下馬碑) 앞에서 주고받던 하인들의 잡담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조선 시대에 종묘나 궁궐 입구에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말이나 가마에서 내리라는 표식으로 하마비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하마비 주변에는 상전을 모시고 온 하인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있기 마련이고, 기다리는 동안 온갖 잡담을 풀어놓았을 텐데 그중에 상전에 대한 잡담을 하마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국립국어원 등은 ‘물망’으로 바꿔 쓰자고 제안한다. 아마도 하마평을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나 ..

그동안 한국공공언어학회를 비롯해 국립국어원 등은 공적 맥락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는 바르고 쉽고 품위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비록 목청껏 외쳤다고는 할 수 없으나 한 번도 말을 바꾼 적은 없다. 그리고 방송언어는 대표적인 공공언어 중 하나이므로 마땅히 바르고 쉽고 품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21대 대통령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우리나라 선거방송언어는 바르지도 쉽지도 품위 있지도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우선 바르지 않은 공공언어로 "캐스팅보트가 되다"를 꼽을 수 있다. 캐스팅보트(casting vote)는 “가부(可否)가 동수(同數)일 때 의장이 행하는 결정투표. 또는 그 권한.”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충청도 민심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은 부적절하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몇 달 전 뉴스에서 군이 비상계엄을 앞두고 영현백(英顯袋)을 대량 구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한 정치인이 "영현백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손 팻말을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영현백이라는 말이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영현백은 사전에 없는 말로서 전사자를 수습할 때 사용하는 군용 가방을 일컫는 군사 용어이다. 참고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근무하는 특기병 중 전사자의 유해 봉안, 안장, 영결식 등을 도맡아 처리하는 군인을 영현병(英顯兵)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일선 사건・사고 현장에서도 이런 장비를 영현백이라고 부를까? 그렇지 않다. 이 말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 뉴스에 처음 등장한 말로 일상 용어는 아니다. 일상적으로는 ‘시신백’이나 ‘시신가방’이라고 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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