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달 전 뉴스에서 군이 비상계엄을 앞두고 영현백(英顯袋)을 대량 구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한 정치인이 "영현백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손 팻말을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영현백이라는 말이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영현백은 사전에 없는 말로서 전사자를 수습할 때 사용하는 군용 가방을 일컫는 군사 용어이다. 참고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근무하는 특기병 중 전사자의 유해 봉안, 안장, 영결식 등을 도맡아 처리하는 군인을 영현병(英顯兵)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일선 사건・사고 현장에서도 이런 장비를 영현백이라고 부를까? 그렇지 않다. 이 말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때 뉴스에 처음 등장한 말로 일상 용어는 아니다. 일상적으로는 ‘시신백’이나 ‘시신가방’이라고 부른다. ..

하루 전 프레시안> 기사 중에 “이재명의 급격한 ‘정책 피봇’, 성공할까?”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그 짧은 제목에 두 가지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피봇’은 올바른 외래어 표기가 아니다. ‘중심’ 또는 ‘돌다’를 뜻하는 pivot의 발음기호는 [pɪvət]이므로 ‘피벗’이라고 적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피보팅’도 ‘피버팅’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정확성 오류에 있지 않다. 소통성 오류가 더 큰 문제이다. 독자 중에는 “급격한 정책 피봇”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쓴 이도 “원래 스포츠 용어인 피봇은 농구에서처럼 한 발을 축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을 이르는데 최근 비즈니스(특히 스타트업) 분야의 일상적 용어가 됐다.”라고 부..

이번 눈은 수증기를 많이 머금어 축축하고 무거운 습설(濕雪)이라. (조선일보, 2025. 1. 8.)이번에 내린 폭설은 ‘습설(濕雪, Wet snow)’이 주를 이뤘다. (시사위크, 2024. 12. 2.)수분이 많은 눈은 '습설(濕雪)',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은) 눈은 '건설(乾雪)'로 분류됩니다. (YTN, 2024. 12. 8.) 요즘 날씨 뉴스에서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습설(濕雪)’이다. 언론에서는 수증기를 머금고 있어 무거운 눈이라고 소개하는데, 정작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굳이 습설의 반대말인 건설(乾雪)을 소개하기도 하고, 낯선 말이라 그런지 한자를 함께 적거나 로마자를 함께 적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말 눈 이름 중에 “비가 섞여 내리는 눈”으로 ‘진눈깨비’가, “비가 섞이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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