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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내각이 어떻게 구성될지 모두의 관심이 쏠린 지금, 하마평(下馬評)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전에서 하마평의 말뜻을 찾아보면 관리의 인사에 관하여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나 평판이라고 되어 있지만, 본래 하마평은 하마비(下馬碑) 앞에서 주고받던 하인들의 잡담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조선 시대에 종묘나 궁궐 입구에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리라는 표식으로 하마비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하마비 주변에는 상전을 모시고 온 하인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있기 마련이고, 기다리는 동안 온갖 잡담을 풀어놓았을 텐데 그중에 상전에 대한 잡담을 하마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국립국어원 등은 물망으로 바꿔 쓰자고 제안한다. 아마도 하마평을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나 본뜻에서 멀어진 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하마평에 오르다라고 하지 않고 물망에 오르다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사실 여러 사람이 우러러보는 명망(名望)”을 뜻하는 물망(物望)도 쉬운 말은 아니다.

 

더욱이 하마평은 자신들이 직접 모시는 상전의 인품에 관한 평가이므로 단순히 평판이나 명성도 아니고 풍문이나 소문도 아니다. 지금도 인사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평가, 즉 일종의 하마평을 수집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초대 내각 하마평 무성이라는 말은 초대 내각 소문 무성이라는 말로 바꿔 쓰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하마평이 곧 소문이 되기 때문이다.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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