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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프레시안> 기사 중에 “이재명의 급격한 ‘정책 피봇’, 성공할까?”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그 짧은 제목에 두 가지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피봇’은 올바른 외래어 표기가 아니다. ‘중심’ 또는 ‘돌다’를 뜻하는 pivot의 발음기호는 [pɪvət]이므로 ‘피벗’이라고 적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피보팅’도 ‘피버팅’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정확성 오류에 있지 않다. 소통성 오류가 더 큰 문제이다. 독자 중에는 “급격한 정책 피봇”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쓴 이도 “원래 스포츠 용어인 피봇은 농구에서처럼 한 발을 축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을 이르는데 최근 비즈니스(특히 스타트업) 분야의 일상적 용어가 됐다.”라고 부연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최근에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라면서 그것을 정치 기사에 쓴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
굳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도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고, 친절하게 풀이까지 덧붙인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그냥 쉬운 말로 쓰면 될 일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피벗’은 쉬운 말로 뭐라고 해야 할까?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에서 ‘피벗’을 찾아보니 스포츠 용어로 쓸 때 ‘한 발 돌기’로 바꾸어 쓰도록 안내하고 있다. 정치 용어로는 어떤 말로 바꾸어 써야 하는지 안내하고 있지 않다. 이와 달리 ‘피버팅’을 찾아보니 스포츠 용어로 쓸 때는 ‘축 회전’으로, 정치 용어로 쓸 때는 ‘전략 급선회’로 바꾸어 쓰도록 안내하고 있다.
비록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에서 정치 용어로 쓸 때 ‘피벗’을 어떤 말로 바꾸어 쓰라고 안내하고 있지 않지만 ‘피버팅’의 다듬은 말을 참고하면 그냥 ‘피벗’이나 ‘피버팅’을 ‘전환’ 또는 ‘급선회’라고 쓰면 될 듯하다. “이재명의 급격한 ‘정책 전환’ 성공할까?” 이렇게 바꾸어 쓰면 된다. 그런데 정말정말 궁금하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이렇게 간단한 일을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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