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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눔

[칼럼] 급양비와 급량비는 다르다

보리밥나무 2026. 2. 20. 15:39

오늘 자 문화일보에 윤 전 대통령이 무기징역 선고 전에는 잔치국수를 먹었고, 선고 후에는 미역국을 먹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몇 해 전, 서울신문에 서울구치소 식단을 공개하면서 이래서 교도소 들락거리나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올라온 일이 있었는데, 문화일보 기사 중간에 수용자 1인당 한 끼에 평균 1,580원을 쓴다고 하니 식단 구성이 균형 잡힌 듯 보였을 뿐, 실제로는 양질의 식사라고 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은 기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일보 기자가 구치소의 1인당 1일 급양비는 5201원이다라고 쓴 내용은 잘못된 내용이다. 왜냐하면 급양비(給養費)먹을 것과 입을 것을 대 주는 데 드는 비용을 뜻하는 말이고, 급량비(給糧費)식량을 지급하는 데 드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구치소의 1인당 하루 세 끼 밥값은 5201원이다인데, ‘밥값을 놔두고 식비(食費)’를 제치고 ‘급량비를 피해서 굳이 급양비라고 쓴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기자의 개인적인 실수라고 하기 어렵다. 고유어보다 한자어를, 일상적인 한자어보다 일상적이지 않은 한자어를 즐겨 사용하는 일이나 급양비와 급량비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 사람만의 실수도 아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표준어도 아닌 급량비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고 있고, 표준어지만 급양비라는 표현을 사전의 뜻풀이와 전혀 다르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며, 단어 하나를 바르게 사용하지 못한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공언어를 대하는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 모름지기 공공언어는 바르고 쉬우며 품위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공언어 사용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지난날의 관례와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익숙한 방식을 고집한다면 공공언어에 대한 신뢰는 결국 무너지고 말 것이다. 공공언어가 바르지 않고 쉽지 않으면 책임이 흐려지고, 나아가 내용마저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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