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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용어 중에 “벽보다 쑥 내밀게 만든 창”을 퇴창(退窓, Oriel window) 또는 출창(出窓)이라고 한다. 퇴창 중에는 테두리가 모난 각창(角窓, Bay window)이 있고, 테두리가 둥근 활창(Bow window)이 있다. 그런데 퇴창이니 각창이니 활창이니 하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 있었던 일이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는데 문화방송의 ‘오늘N’이라는 방송에서 스위스 건축물의 특징 중 하나인 오리엘 창(Oriel window)을 가리켜 ‘퇴창’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퇴창’은 주로 2층 이상에 설치하여 햇빛을 더 많이 받고 바깥 경치를 즐기기 위한 건축 요소인데, 물러날 퇴(退) 자를 사용하는 말이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퇴창’이라는 전문용어를 방송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까닭은 국민을 교육하고자 하는 의도일까, 공감능력이나 배려가 부족한 걸까? 왜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소개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그냥 내민창(퇴창)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우련만....
인터넷을 잠깐만 검색해 봐도 퇴창이라는 말과 함께 내민창이니 돌출창이니 하는 말이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속상하다. 쉬운 말을 몰라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를 고유어보다 권위가 있고 전문적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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