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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알바 이력서에 관한 기사가 뉴스 포털에 올라왔다. 지난 8월에도 알바 이력서에 관한 기사가 올라와 그냥 쓱 하고 지나쳤는데 20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새 글이 올라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난 8월에는 휴대폰 번호를 적어야 할 칸에 휴대폰 기종을 쓴 것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길래 그 옛날 흔히 접했던 저급의 개그와 하등 다를 바 없어 뭐 이런 걸 기사로 썼나 하고 민망했는데, 이번에는 손으로 삐뚤빼뚤 성의 없이 쓴 이력서를 두고 문제를 삼기에 살짝 화가 났다.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에 대한 몰이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알바'의 이력서라는 사실을 밝힌 의도부터 매우 불손해보였기 때문이다.

 

[자료] 최근 논란이 된 이력서들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걸까? 이를 두고 혹자는 얼마 전에 교육부가 발표한 '제4차 성인문해능력조사'를 함께 엮어서 문해력 논란을 다시 소환했는가 하면,  혹자는 요즘 MZ의 무성의함을 꼬집었다. 그런데 진짜 궁금하다. 이 글을 올린 사람과 이 글을 퍼나르는 사람들의 속마음은 무얼까? 그래서 요즘 MZ들이 무지하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요즘 알바들이 무성의하고 무례하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걸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얼마나 급했으면'으로 해석할 수 있고, '얼마나 삶이 팍팍했으면 그런 기본적인 형식조차 갖추지 못했을까'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도 아니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조작 글인지부터 의심하는 게 정상이지 않을까?

 

사실 문제는 이런 이력서에 있지 않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이력서에 꾸역꾸역 적어 넣는 사람들이 문제이고, 자신이 한 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이력서를 그럴싸하게 꾸미는 사람들이 문제이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큰 문제가 되는데, 다른 누구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이력서에 한 줄의 이력을 넣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과 사람을 움직이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도 문제이고, 그렇게 무모한 이력서를 요구하는 우리 사회도 문제이다. 그런 세상에서 이 이력서는 참 소박하다. 자신을 대학교 휴학생이라고 밝혔는데, 변변한 일자리 경험조차 없는 그 무기력함이 너무 안타까웠다. 왜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을까?

 

따라서 이 이력서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어느 한 청년의 무지와 무례, 무성의가 아니라 그를 그냥 그대로 내버려둔 사람들과 사회의 성찰이어야 한다. 마땅히 조롱이 아니라 응원이 필요하고, 누구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따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 먹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글쓰기를 가르쳐야 할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뉴스만 보면 화가 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위로인지도 모르겠다. "뭐, 괜찮아. 그게 무슨 큰 문제라고."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상명대 CLL소통연구소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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