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한자 문화권 국가에서는 고유어에 대응하는 한자어를 함께 사용한다. 예를 들어 똥을 분변(糞便)이라고 하고, 똥오줌을 분뇨(糞尿)라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 지배계층이 오랫동안 한자어를 공적 언어로 사용하면서 점차 한자어는 글말로, 고유어는 입말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는 한자가 특별히 격식을 갖춘 언어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유어와 달리 글로 적을 수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현상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아파트 게시판에 강아지똥 처리 안내문이 올라왔는데, 그 짧은 안내문에 ‘배변 처리’니 ‘배설물 수거’니 하는 엉터리 표현이 눈에 띈다. 강아지똥을 배변(排便)이라고 했는데, 사실 배변의 사전적 정의는 “대변을 몸 밖으로 내보냄”을 뜻한다. 즉..

한식이 케이 푸드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요즘, 뉴욕에서 치킨 전문점 꼬꼬닭(Coqodaq)을 운영하는, 성공한 한국인의 삶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굉장히 열정적인 그는 새로 출시할 햄버거 소스의 이름을 ‘pepper paste’라고 하지 않고 ‘다대기’라고 부르면서, 우리말에 담겨 있는 우리 고유의 감정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대기는 일본어 ‘다타키(たたき)’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논란이 있다. 따라서 다대기라는 말은 사용하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 물론 일본어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을 무조건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라도 우리말로 대체할 수 없는 말은 그대로 써도 된다. 다만 일본어에 빼앗긴 우리말은 도로 찾아야 한다. 간지(..

2018년 5월 29일 제24회 국무회의가 있던 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공공언어 개선 추진 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청와대 안에 ‘침류각(枕流閣)’이라는 문화재 안내판이 세벌대 기단, 겹처마, 팔작지붕, 오량가구, 불발기 등의 전문적인 내용으로 설명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장관님께서는 (그 뜻을) 설명하실 수 있는지” 물었고 도 장관은 “한글 안내문보다 오히려 영어가 쉽게 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런 내용은 전통가옥 연구자들이나 원할 뿐, 일반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라며 "공원이나 수목원, 문화재 안내 표지판을 우리 한글로,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만약에 그런 용어를 찾지 못했거나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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