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이 대통령이 강원도 원주에 있는 산림항공본부를 방문해 관·군의 산불 진화 장비와 대응체계를 살피는 자리에서 한 대원이 장비의 특징을 설명하기에 앞서 “각하, 설명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대한민국에 각하는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각하’라는 말은 일제 강점기 총독의 호칭으로 쓰이다가 이승만 행정부에서 대통령의 공식 호칭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나 김대중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통령님’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사실 폐하니 전하니 각하니 하는 말들은 상대를 높이기 위해 자신이 상대가 있는 공간 아래에 있음을 공손하게 이르는 말이다. 그중 폐하(陛下)는 궁(宮)의 섬돌을 뜻하는 폐(陛) 아래에 있음을, 전하(殿下)는 왕의 집무 공간인 전(殿) 아래에 있음을, 각하(閣下)..
오늘 자 신문에, 조선일보 정시행 기자는 “어르신, 시니어, 실버도 한물갔다는데… 어떻게 불러드릴까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인이란 말이 법적·행정적 개념으로만 남아 있을 뿐, 경멸과 폄하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서울의 한 아파트에 ‘아너스 클럽’이라는 경로당 간판이 등장한 세태를 꼬집는 글을 썼다. 생각이 같아서 반가웠다. 그런데 정 기자는 ‘노인’이라는 말을 대신해 ‘어르신’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강의하는 사람 무색하게, 요즘 ‘어르신’이라는 말에 피로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강원도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회원님’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처음 보았을 때 다소 실망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나이를..
대부분의 한자 문화권 국가에서는 고유어에 대응하는 한자어를 함께 사용한다. 예를 들어 똥을 분변(糞便)이라고 하고, 똥오줌을 분뇨(糞尿)라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 지배계층이 오랫동안 한자어를 공적 언어로 사용하면서 점차 한자어는 글말로, 고유어는 입말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는 한자가 특별히 격식을 갖춘 언어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유어와 달리 글로 적을 수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안타깝지만 이러한 현상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아파트 게시판에 강아지똥 처리 안내문이 올라왔는데, 그 짧은 안내문에 ‘배변 처리’니 ‘배설물 수거’니 하는 엉터리 표현이 눈에 띈다. 강아지똥을 배변(排便)이라고 했는데, 사실 배변의 사전적 정의는 “대변을 몸 밖으로 내보냄”을 뜻한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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