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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소개

2024 충청일보

보리밥나무 2024. 5. 8. 09:59

문화 다양성의 시대, 충남 사투리를 상품화하자

 

얼마 전 충남문화관광재단이 충남 관광의 얼굴이라며 워디가디를 소개하였다. ‘워디는 충남을 대표하는 새(道鳥)새끼 참매의 이름이고, ‘가디는 백제 무령왕릉을 지키는 석수의 이름이란다. 재단의 설명을 찾아보니 워디어디의 충남 사투리이고, ‘가디가드(guard)’를 충남 사투리처럼 만든 말이라고 한다. 두 말을 이어 붙인 워디 가디어디 가지?’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어디의 사투리 워디는 충청도 사투리일 뿐만 아니라 강원도 사투리이자 전라도 사투리이기도 하고, ‘가다의 활용형 가지가디처럼 말하는 곳은 충청도가 아니라 평안도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지역의 사투리가 소멸되어 가는 마당에 충남 사투리를 상품화하려는 재단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규정하는 나라에서 사투리를 그저 촌스러운 말이나 교양 없는 사람들의 말로 치부하지 않고 구수하고 푸근한 고향의 말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나마 일부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의 사투리를 상품화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라 천만다행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소통과 타협의 부재로 인해 극한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사람을 재단하며 몰아세우기 일쑤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잘못을 했어도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기 어렵다. 시절이 이러하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문화 다양성의 기치를 내걸고 국가 갈등, 지역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남녀 갈등, 종교 갈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문화시민으로서 올바른 문화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투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도 올바른 문화 감수성을 갖춘 문화시민의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사투리를 고쳐야하는 말쯤으로 여기고, 사투리에 대한 편견도 여전하다. 충청도 말투가 느린 것은 충청도 사람들이 태생적으로 게으르거나 느리기 때문이 아니라 충청도의 너른 들판과 풍요로운 갯벌이 만들어 낸 넉넉한 삶이 말투에 배어든 결과이다.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도 충청도 사람들 특유의 느긋하고 낙천적인 태도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충청도 사투리는 충청도의 삶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 충청도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충청도 사투리는 마땅히 보존해야 하고 널리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 대학은 지역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역학 연구소인 충남혁신원을 설립하였고 산하에 대학생 서포터스를 두었다. ‘충남탯말지킴이가 그중 하나인데, 지난 1년 동안 충남 사투리(탯말)를 상품화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우리 학생들이 지난해 전시회에 소개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던 충남 사투리는 창꾸비이다. 순대국밥집 간판이며 메뉴판에 순대국밥이라는 말을 대신해 창꾸비국밥이라는 말을 쓰게 되면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단순히 순대국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충남의 사투리를 새롭게 알게 되고 사투리의 가치를 이야기하게 된다.

 

충남문화관광재단과 충남탯말지킴이가 충남의 사투리를 상품화하고 있듯이 이제는 충남의 지자체가 나서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우선 충남 사투리 사전부터 만들 것을 제안한다. 더 늦기 전에, 때를 놓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역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지역 사투리와 사투리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 빨리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지자체가 도민의 뜻을 모아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 지자체가 앞장서 지역어 사투리 사전을 펴낸 곳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 제주도의 선례가 이미 있으므로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지난해 충남도청 공무원들이 지역의 여러 기관과 힘을 합쳐 충남 사투리 사전을 만들려고 했으나 끝내 무산된 바 있다. 어쩌면 지난 2022년에 국립국어원이 지역어 디지털 자료를 구축하는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뜻을 접어야 했던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투리를 보존하는 일이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자자체의 공영자전거 사업에 사투리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의 타슈를 시작으로 광주의 타랑께와 부산의 타바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잘 살린 좋은 이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라건대 올해에는 사투리를 활용하여 이보다 좋은 이름의 정책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하며 상품 이름에서부터 가게 이름이며 건물 이름에 이르기까지 충남의 사투리가 많이 사용되기를 바란다.

 

김형주(상명대 한국언어문화전공 초빙교수)

 

 

문화 다양성의 시대, 충남 사투리를 상품화하자 - 충청일보

[기고] 김형주 상명대 한국언어문화전공 초빙교수얼마 전 충남문화관광재단이 충남 관광의 얼굴이라며 ‘워디’와 ‘가디’를 소개하였다. ‘워디’는 충남을 대표하는 새(道鳥)인 ‘새끼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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