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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세종 나신 날'을 앞두고 '이데일리'의 윤종성 기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윤 기자는 우리나라의 언어 사용 환경과 쉬운 언어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의 언어 사용 환경은 건강하지 못하고, 쉬운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언어비용을 지출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언어비용과 관련하여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이 산출한 언어비용은 시간과 임금에 초점을 맞춘 경제적인 개념이었다면 2021년에는 어려운 언어를 접했을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지수화한 심리적인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어려운 언어는 '소외'와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나흘 뒤면 세종 나신 날이다. 그 옛날 세종은 한자를 빌려 소통하는 것의 한계를 느껴,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그런데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로부터 575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있을까? 오늘 아침 뉴스에서 주택을 400채나 소유한 모녀의 '갭투자' 사기 사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갭투자'라니 이 얼마나 짜증 나는 말인가? 이러한 행동을 '투자'로 포장하고, 외래어까지 덧붙여 '있어 보이도록' 만든 사기꾼의 조어 능력이 대단해서 짜증이 나고, 혹시 이 말의 뜻을 몰라 부끄러워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짜증이 난다.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이 말을 만든 사람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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