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나눔

[칼럼] 의학 용어 ‘오심', 무엇이 문제일까

보리밥나무 2025. 5. 6. 13:46

오늘 아침, 매우 흥미로운 기사 한 건이 눈에 띄었다. 암 환자와 보호자 중에 오심(惡心)’이니 진토제(鎭吐劑)’니 하는 의학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54%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암 환자와 보호자 300명을 대상으로 의학 용어 56개의 문해력을 조사한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의 조주희 교수 연구팀은 이 결과에 근거해 전문 용어와 한자어 사용을 줄여 환자와 보호자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득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정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지제근(2011)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말(의학 용어)과 의사들이 환자에게 사용하는 말(설명 용어)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주희 교수 연구팀의 주장을 의학 용어인 오심을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정비하자는 말이 아니라, 의사들이 환자에게 오심을 설명할 때 구역질이 나지만 토하지 못하고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이라고 쉽게 설명하자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만약 '오심'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순화하자는 말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대한의사협회가 오심구역(嘔逆)’으로 순화한 바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구역으로 순화한다고 해도 환자와 보호자의 이해도가 높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심구역질로 순화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구역구역질은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역토할 듯 메스꺼운 느낌”을 뜻하구역질속이 메스꺼워 자꾸 토하려고 하는 행위”를 뜻한다. 진토제(鎭吐劑)도 순화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굳이 억지스러운 순화어를 만들기보다 "구역질이나 구토를 멈추게 하는 약이라고 쉽게 설명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오심'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다. 그보다는 '오심'이라는 말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의료진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말 궁금하다. 아마 올해도 국립국어원은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와 함께 학술 용어 정비 사업을 추진할 텐데, 학술 용어를 정비하는 일에만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학술 용어를 잘 정비해도 쓰는 사람이 없으면 그만이므로 그동안 만든 학술 용어 순화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점검하길 바란다. 아울러 학자들 스스로도 학술 용어를 써야 할 때와 설명 언어를 써야 할 때를 잘 분별하길 바란다.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