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사투리 사전
사전(辭典)은 말로써 말을 풀이한 책이다. 정보 제공이 목적인 사전(事典)과 달리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사전을 가리켜 주시경은 말을 모았다고 하여 '말모이'라 했고, 김두봉은 말의 실상을 비춘다고 하여 '말거울'이라 했으며, 최현배는 말을 간직하는 곳간이라고 하여 '말광'이라 했다. 혹자는 말의 숲과 말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림(辭林)' 또는 '사해(辭海)'라고 부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표준어를 표준어로 풀이하는 국어사전은 의사소통이 목적이지만, 사투리를 표준어로 풀이하는 사투리 사전은 의사소통이 목적이 아니다. 사투리에 담긴 지역의 문화와 지역민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사투리를 보존하여 오늘날에 되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투리 사전은 국어사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편집된다. 어휘 중심의 사투리를 가나다 순으로 나열하고 품사와 뜻풀이, 용례를 제시하는 식이다. 그나마 사투리 용례를 제시하지 않거나 사투리 용례를 제시해도 표준어 풀이를 제시하지 않기도 하며, 사투리 용례가 무척 억지스럽다.
2019년 말, 우연한 기회에 전국 단위의 사투리 사전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뻔한 사투리 사전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방아깨비 이름만 하더라도 천안에서는 수컷을 ‘떼까치’, 암컷을 ‘황가치’라고 하는데 두 낱말을 ㄷ자 항목과 ㅎ자 항목으로 따로 떼어 다루고 싶지 않았고, 방아깨비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더 크기 때문에 주로 암컷을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며 방아깨비 뒷다리를 잡고 “아침 방아를 찧어라. 저녁 방아를 찧어라.” 노래를 부르면서 어떤 방아깨비가 더 오래 방아를 찧는지 놀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담고 싶었다.
그렇게 문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 사투리 사전이 기획되었다. 사전 편찬 사업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고 조선일보가 주최하며 네이버가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국민 참여형으로 만든 이 사전은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2022년 8월에 네이버 오픈사전에 공개했는데 2024년 12월 현재, 프로 3단계(Lv.3) 사전으로 문화・예술 분야 120개 베스트 사전 중 조회수 1위, 즐겨찾기 3위, 표제어 5위, 댓글 5위, 좋아요 9위를, 250개 인문・교양 사전 중 조회수 4위, 즐겨찾기 23위, 표제어 18위, 댓글 12위, 좋아요 24위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알림’으로 전일 조회 수가 180건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오늘의 인기 단어로 선정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이렇듯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데 이 사전은 1차 연도 사업으로 종료되었다. 그것이 못내 아쉬워 ‘충남 사투리 말모이’를 깁고 더하여 공개했는데 아직까지 이 사전은 베스트 2단계(Lv.2)에 머물러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 조회수도 48위에 불과하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2025년 새해에는 이 사전을 좀 더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전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