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공기관 공공언어 평가사업,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그동안 10번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그중에서도 2021년 6월에 개정된 내용이 가장 눈에 띈다. ‘공공기관’을 중앙행정기관 외에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공기관,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대폭 확대하고, 이들 공공기관이 작성한 공문서를 매년 평가하여 그 결과를 문체부 누리집에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평가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년 적지 않은 기관이 우수(상위 20%), 보통(70%), 미흡(하위 10%)이라는 낯선 성적표를 받아 들게 생겼다.
사실 공공기관 공공언어 평가는 이미 2011년부터 중앙행정기관을 중심으로 매년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21년 6월에 개정된 법률에 따라 2022년부터 평가 대상과 방법을 정비하여 새롭게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법률에 명시된 것과 달리 평가 결과를 문체부 누리집에 공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와 관련하여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 평가설명회(2024. 2. 20.)’에서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평가 결과를 정부업무평가 등 별도의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으므로 그동안의 평가 결과를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평가 결과를 공개하도록 한 법률을 위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까지의 평가를 시범평가로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즉 그동안은 평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점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올해부터 본평가를 받아야 할 공무원들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 평가설명회’에서 지난 평가 결과를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어떤 식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평가의 과정과 방법, 결과의 공정성 등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쏟아 냈다. 이날 평가설명회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런데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개정된 법률의 내용은 물론이고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공무원이 태반이고,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평가를 대비한 교육이나 활동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현장의 분위기도 문제지만 국립국어원 입찰 공고란에 올라와 있는 ‘공공기관 공문서 언어 사용 평가를 위한 기초 연구(2022)’와 ‘공공기관 공공언어 진단(2023)’, ‘2024년 공공기관 공공언어 진단(2024)’ 등의 사업계획에 제시되어 있는 평가 기준과 평가 방법도 문제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어문규범 오류, 비문법적 표현 오류, 외래어 사용 오류만을 평가할 뿐, 띄어쓰기 오류와 어휘 선택 오류(번역 투, 일본어 투),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 사용 오류, 고압적・차별적 표현 사용 오류 등은 아예 평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단출하다. 그 결과 공공기관의 공공언어 사용 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평가를 받는 공공기관에 평가를 하지 않는 항목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걸까? 그 이유는 평가 방법의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즉 많은 자료를 평가해야 하니까 평가자의 평가 수월성을 높이고 평가로 인한 불필요한 잡음도 줄이기 위해 평가 기준을 단순하게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무엇이 얼마나 문제인지 정확하게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평가 기준과 평가 방법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 평가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평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평가 대상과 평가 기준을 더 늘릴 수 있고, 평가자의 단순한 평가 실수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평가 등급은 비율에 따른 상대평가 방식보다 점수에 따른 절대평가 방식으로 부여해야 한다. 미흡 기관의 수가 비율에 따라 항상 10%로 고정되어 있으면 문제가 개선되는지 혹은 악화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평가 내용을 대상 기관에 보내 대안을 마련하고 교육하게 함으로써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환류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평가와 교육을 일원화함으로써 평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평가가 끝난 다음, 기관 특성에 따라 분야별로 교육용 책자를 배포하는가 하면 ‘우선 개선 행정용어 목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관에 동일한 교육용 책자를 보내지 말고 분야별로 맞춤형 책자를 보내자는 것이다. 우선 바꾸어 써야 할 항목도 분야별로 선별하여 제시한다면 그나마 개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행정용어는 분야별로 사용하는 용어도 다르고 뜻도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순화어 보급보다 순화어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순화어를 만들어 놓기만 하고,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방치하는 기관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개정된 ‘국어기본법’에 따라 평가 대상 기관의 수도 늘리고, 평가 결과를 널리 알리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나 공공기관 공공언어 평가 사업이 그동안 진행된 평가 사업과 비교해 얼마나 차별화될지 걱정이다. 사업계획에서 밝힌 목적대로 공공언어 사용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사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방법을 도입하고, 평가 결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평가 결과를 법에서 정한 대로 문체부 누리집에 공개하길 바란다. 보통 또는 미흡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지 두고 볼 일이다.
김형주(글말생활연구소 소장・상명대 CLL소통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