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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이 열렸다. 3명의 선수가 나란히 달리는 팀추월 경기는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는데, 이날 한국 대표팀의 노선영 선수가 다른 두 선수에 비해 결승선을 늦게 통과하는 바람에 총 8팀 중에 7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렇게 여자 팀추월 선수들의 경기는 끝이 났는데, 아직도 경기가 끝나지 않은 분위기다.

 

경기 결과와 관련하여 네티즌뿐만 아니라 언론까지도 한목소리로 노 선수를 제외하고 두 선수와 특정 코치를 비롯하여 감독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한국 대표팀이 아쉬운 경기를 한 원인을 굳이 찾자면, 경기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3명의 선수와 코치진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게임 직후 결승선에 가장 먼저 들어온 김보름 선수가 경기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말과 태도 때문에 비롯되었다. 김 선수는 보기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애매한 웃음과 함께 노 선수와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아쉬운 경기가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기자는 경기 소감을 물었고, 선수는 아쉽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가 묻지도 않은 패인을 설명하면서 생겼다.

 

"저희가 이제 다시 이렇게 같이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그래도 팀추월 연습을 조금 많이 해왔어요. 그러고 이렇게 시합을 출전을 하게 됐는데 어, 중간에 라프도 그렇고 되게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어, 네, 좀(웃음) 이렇게 뒤에 조금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온 거 같아요."

 

이 말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이면 "다시 이렇게"와 "조금 많이", "저희랑"이라는 말로 김 선수가 패인을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김 선수는 "저희랑"이라는 말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은 노 선수와 심리적인 거리감을 드러냈고, "다시 이렇게"라는 말로 팀을 꾸리는 순탄치 않은 과정과 "조금 많이"라는 말로 부족한 연습량을 패인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김 선수의 화법은 자신의 이익을 최소화하고 손해를 최대화하라는 대화의 원칙에서 어긋난다. 변명보다 사과를 하라는 대화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김 선수가 애써 변명하지 않아도 선수들의 기량 부족이 패인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래서 김 선수가 패인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패인을 노 선수와의 격차에서 찾지 말고 자신들의 미숙한 경기 운영에서 찾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아직은 배울 것이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다. 이런 일을 계기로 경기는 경기장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기를 바란다. 올림픽 대회가 선수들만의 대회가 아니라는 것도, 그래서 이렇게 경기가 끝났는데도 경기가 치열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내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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