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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보리밥나무 2017.06.30 23:07

국어문화원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정책과가 고심 끝에 선택하고 등을 떠민 프로그램이 KBS 2TV의 1대 100(사미자, 지석진 편)이다. 결국 세종 나신 날 특집으로 전국 20개 국어문화원 연구원 선생님들과 대학생 우리말 가꿈이 100명이 1대 100에 출연하기로 했다. 나는 행사를 주최한 기관에 속해 있는 데다가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연합 사무국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전문가 인터뷰랍시고 TV에 몇 번 얼굴을 내민 적이 있긴 하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방송되는 프로그램(대전 MBC 시사플러스)이거나 새벽 시간대 프로그램(MBC 다큐프라임 282회)이라서 방송이 나간 후에 전화 한 통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1대 100은 좀 다를 줄 알고 기대를 했는데... 문제는 왜 이렇게 찝찝한지... 결국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문제를 넘지 못하였고... 끝내 전화 한 통 받지도 못하였다.

 

누군가 처음 의도한 대로 국어문화원을 홍보한 건지... 아니면 의도치 않게 나의 무식함을 홍보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이제 어디 가서 취미로 유화를 그린다는 말을 할 수도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사실 버튼을 누르고 나서 답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이미 나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도 모르는 몰상식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미술에 무슨 대단한 조예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방송을 본 딸내미는 발음 지적을 하기에 바쁘고, 아내는 창피하다며 조용히 자리를 떴다. 멀리서 살고 있는 막내 여동생은 굳이 전화를 해서 얼굴이 왜 그렇게 안됐냐며 건강부터 챙기란다. 이렇게 되면 그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해야 하는 건 아닌지... 도대체 이 프로그램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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